작품소개
이희수, 그 여자. 앞만 보고 달려가던 어느 날, 그녀의 세상이 무너졌다. 유산으로 물려받은 막대한 빚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박주형, 그 남자. 그는 태생부터 결함투성이이지만, 결국 살아남았다. 절대 돈을 떼어 먹히는 걸 싫어하지만, 그 여자는 좀 다르다. 한 마디도 안 지고 바락바락 대드는 폼이 건방지지만, 그래서 흥미롭다. 그렇게 나른한 남자와 건방진 여자가 만났다.
“제안을 하나 하지. 별거 아니야. 내 집에 들어와 밥도 하고, 빨래도 하고, 그리고 가끔 섹스도 해주면 빚은 알아서 다 해결해 주지. 사채 빚까지 말이야.”
“뭐요? 밥도 하고, 빨래도 하고, 섹스도 해? 하, 나름 괜찮은 제안? 웃겨. 다른 사람 알아봐.”
머리끝까지 화가 난 희수는 그대로 사장실을 나갔다.
“후회할 텐데.”
홀로 남은 주형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보다 더 좋은 제안은 어디 가서 받지 못할 텐데, 역시 어린 아가씨라 세상 물정을 몰랐다.
“할 수 없지.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는데.”
그녀가 나가자 그는 아쉬운 생각에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생명력 물씬 풍기는 고슴도치가 꽤나 귀여워 데리고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았는데……. 주형은 소파 깊숙이 등을 기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