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언니, 부모 복도 없으면 남편 복도 어려운 거 알지? 팔자에 남자 복이 없어.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참 언니 박복한 인생이네.”
박복한 인생.
최근 다섯 번째 이별을 겪고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찾아간 점집.
용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무당의 말이 미주의 가슴을 사정없이 찌른다.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내며 그녀가 바란 건 단 하나,
‘찐사랑’을 하고 싶었을 뿐인데.
팔자에 남자 복이 없다니, 이제 그만 새로운 사랑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 하나 보다.
그렇게 사랑에 대해 모든 걸 포기했건만,
“나 이제 후배 말고 남자 하려고. 둘이 있을 때는 반말할 거야.”
이건 도대체 무슨 일?
2년 전 그녀의 직속 후배로 들어온, 일 잘하고 잘생긴 꼴통 김찬,
그가 갑자기 그녀에게 고백을 해온다.
게다가 그가 회장의 외손자라는 어마어마한 소식까지!
연하는 절대로 남자로 보지 않는 고미주의 최대 위기!
전략적으로 이루어진 김찬의 계략을 과연 고미주가 피할 수가 있을까?
[본문 내용 중에서]
“언제 다섯 명이나 만났어요?”
그는 여전히 미간을 구기고 있었다. 그녀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거기다 묻는 질문이 이상했다. 그녀가 다섯 명을 만난 게 그와 무슨 상관이길래.
“내가 다섯 명을 만났든, 열댓 명을 만났든 김찬 씨랑 상관있나?”
미주는 더 이상 자기가 만났던 지난 남자에 관한 말은 하고 싶지도 않았다. ‘연애’,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지칠 대로 지쳐 버렸으니까.
“상관없으면 있게 하면 되죠.”
요즘 여직원들에게 전보다 많이 둘러싸이더니 탈이 났나, 얘가?
다들 저에게 침을 질질 흘려대는데, 그녀만 본체만체하니 배알이 꼴렸나?
“김찬 씨, 여기 회사야. 업무에 집중해.”
괜히 입씨름하고 싶지 않았다.
김찬이 저보다 두 살 아래인 게 얼마나 천운인지 몰랐다. 그녀는 자기보다 어리면 우선 남자로 느껴지지 않았으니. 평소에 호감을 느꼈더라면 저런 말에 쉽게 휘둘리고 곱씹었을 테니까.
눈 돌아가게 잘생기고, 아무리 똑똑해도, 그래 봤자 ‘연하’니까.
그 어떤 혹할 만한 발언을 한다 해도 콧방귀도 안 뀔 자신이 있었다.
불우한 가정에서 자란 그녀는 실상 누구한테 기대고 싶어서 연애를 집착적으로 했던 거였고.
그 연애도 뜻대로 되지 않아 지금은 단지 자포자기 상태인 것도 한몫했고.
미주는 김찬을 무감하게 지나쳐 갔다.
그는 저를 지나쳐 가는 미주를 눈으로 좇았다.
“남자 보는 눈이 없으니까 그렇지, 고미주. 등잔 밑이 어둡다는 걸 알게 해줄게. 나도 기다리는 거 지쳤어. 제대로 꼬셔 보고 내 거 만들어 보려고.”
김찬이 멀어져 가는 고미주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