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나 말고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게 해줄게.”
일주일 전, 이 호텔 스위트룸에서 한 남자와 뜨거운 밤을 보냈다.
그저 하룻밤 인연일 뿐이라 생각했는데…….
“그 늙은 남자보다는 내가 훨씬 나을 겁니다. 나이도, 외모도, 재력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체력도. 이건 잘 알 거고.”
왜 그 남자가 맞선 자리 옆 테이블에 앉아있는가.
“결혼합시다. 서로에게 최선의 선택일 테니.”
남자의 이름은 권시헌.
환희그룹 상무이사이자, 유력한 후계자.
까마득히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었다.
“난 시간 낭비를 싫어하고. 그쪽은 집안을 살려야 하고. 우리는 몸의 합이 잘 맞고. 설명이 더 필요한가?”
“부탁이 있어요. 후계자가 되면…… 이혼해 주세요.”
여자는 자신과 같은 것을 바라고 있었다.
시헌은 처음으로 타인에게 흥미를 느낀다.
“그래요.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면, 이혼합시다.”
***
사생아임을 숨긴 가은.
가은의 곁에서만 잠들 수 있는 시헌.
비밀을 숨긴 채 계약결혼한 두 사람은 점점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넥타이 매 주지?”
“권시헌 씨가 더 잘하잖아요.”
“그러니까. 그래야 결혼한 티가 날 거 아냐.”
과거 트라우마로 인해 여자와 아이를 꺼리며 일에만 집중했던 시헌은 소문을 없애려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을 연기한다.
그러나 연기는 점점 진심이 되어가고, 시헌은 애써 감정을 부정한다.
“아이를 왜 싫어해요?”
“네가 마음에 드는 이유는 몸의 합이 잘 맞는 거고, 두 번째는 주제를 잘 알아서야.”
“…….”
“선 넘지 마, 가은아. 늘 그랬던 것처럼.”
차갑게 굴면서도 꼭 제 곁에서 잠드는 남편을 보며 가은은 희망을 품지만…….
조부인 권 회장과 그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된 날.
“퍽 다정하더구나.”
“아시잖습니까. 그저 불면증 치료제라는 것.”
착각은 산산조각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