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마주한 한태주는 여전했다. 오만하게 상대를 짓누르는 까만 눈동자, 그 차가운 눈동자를 담아낸 깊고 짙은 눈매. 뒤틀린 곳 하나 없이 곧게 뻗은 콧날과 야하디야한 입술까지. 잊은 줄 알았는데, 아니, 잊어야 했는데. 하나도 잊지 못했다. 그럼에도 재희는 있는 힘껏 그를 밀어냈다. 그래야 그녀가 살 수 있으니까. 그런 그녀에게 한태주가 나직이 속삭였다.
“아닌 척하기에는 네 몸이 날 기억하는 것 같은데?”
야하게 휜 입꼬리에는 조소가 스몄다. 더운 숨을 간직한 입술이 그녀의 귓바퀴를 느릿하게 적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