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내 몸도 마음도 널 원하고 있어.”
“……더 확실하게 말해 주세요.”
“사랑해, 이여민. 널 열렬하게.”
유제언은 이복동생의 사고 원인이 된 이여민을 믿어주고 지켜줬다.
그녀에게 들이닥친 누명의 서막은
복수를 위한 한 남자의 ‘쉬운 사랑’이었다.
“이러니, 그렇게 싸질러도 애가 안 생기지.”
안 그래? 해명해 보라는 듯 흉포한 손에 들린
피임약 뭉텅이가 달랑거렸다.
지레 커다래졌던 여민의 눈이 침착하게 제자리를 찾았다.
“날 사랑하지 않는 남자의 아이를 가지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이제 눈치챘어?”
조소가 감도는 눈매가 나붓하게 접혔다.
죄책감 따위는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얼굴이었다.
충격과 혼란. 불안감과 고립감 사이에서 떠돌던 정신에
냉수가 끼얹어진 순간이었다.
“다 알아 버렸다는 이유로 나한테 도망이라도 가시게?”
“아니? 난 당신 곁에 악착같이 붙어 있을 거야.”
“뭐?”
“당신이 진짜 내 사랑을 보고 후회했으면 좋겠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