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잿빛 늑대의 고귀한 핏줄과 붉은 용의 결합 없이는 제국은 몰락의 길을 걸을지니.]
오틸리에에 내려진 신탁.
백 년 전 신탁을 거부한 대가로 몰락할 뻔했던
오틸리에 제국은 이 신탁을 거부할 수 없었다.
황제의 사촌이 죽은 일로 곤경에 빠졌던 체노스는
신탁을 받아들이고 크리스티안과 아리앤은 결혼하게 된다.
결혼만큼은 뜻대로 하고 싶었던 크리스티안에게 이 결혼은 정말이지 재앙이었다.
아리앤을 보면 가슴이 간질거려도,
기분이 이상하게 답답해져도
그는 그 모든 것을 그저 무시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를 보는 눈동자에 열의가 사라지고 애정이 옅어졌다.
“언제, 어디서라도 너는 날 피하면 안 돼. 억지라도 받아들여.”
그는 오만했다. 그의 곁에는 언제나 그녀가 있을 줄 알았다.
아리앤을 얼마나 무시하고 짓밟고 상처 주더라도
그녀는 그의 곁을 지킬 것이라고 여겼다.
그렇게 크리스티안은 아리앤을 외면했다.
적어도 그녀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죽지 않았다고 했잖아. 아리앤은 죽지 않았다고!”
마차 사고와 함께 아리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리고 크리스티안은 아주 우연한 기회로 아리앤을 다시 찾게 된다.
기억을 모조리 잃은 그녀를. 이건 기회였다. 모든 것을 되돌릴 기회.
아리앤은 속수무책으로 그에게 끌려갔다.
그가 아무리 그녀를 매몰차게 외면해도
언젠가는 저를 봐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싸늘한 냉대와 남편의 무시, 사람들의 멸시였다.
그녀는 사랑에 지칠 수 있다는 것을 그를 만나 처음 깨달았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기억을 다 잃어버린 그녀.
문득문득 떠오르는 기억의 잔상 속 남편과
눈앞에 있는 그의 태도가 너무나도 다른 이유는 뭘까.
도무지 맞춰지지 않는 이 퍼즐을 완성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그리고 그녀는 결국 깨닫게 된다. 그 사고는 신이 그녀를 위해 마련한 배려였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