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그 녀석과는 만나지 않으면 좋겠어.”
“네?”
“그 녀석이 날 찾아왔어. 내가 네게 방해만 될 거라고 경고하기도 했어.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서 너와 대화하는 걸 망설이기도 했고.”
“그게 무슨……!”
마리엔이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어떻게든 시빗거리를 만들어 리녹을 괴롭히려 드는 션과 그런 션을 어떻게든 무시하려고 하는 리녹.
두 사람은 그야말로 악연이었다.
“......그런데 그 얘기를 듣고 나니까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
“네?”
“난 지금까지 너를 배려한다는 핑계를 댄 것뿐이었어.”
“…….”
“내가 용기가 없는 놈이란 걸 인정하지도 못하고.”
좋은 선후배 사이. 두 사람을 정의 내려 주던 관계.
그 사이에서 언제나 유지되었던 일정한 거리감은 이미 온데간데없었다.
두 사람이 이렇게나 거리를 좁힌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선배.”
마리엔은 그걸 모를 정도로 둔하지도 않았고, 그걸 모른 척할 수도 없었다.
“네가 꽃을 화단으로 옮겨 심어 주는 걸 본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진심이야.
마리엔의 머릿속에 며칠 전, 션과 있었던 일이 스쳐 지나가기 전까지는.
“단 한 순간도 네가 내 마음에 있지 않았던 적이 없었어.”
―그것만큼은 단 하나의 거짓도 없어. 나는…….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고마울 정도로 널 좋아해.”
―진심으로 널 좋아해.
며칠 전의 션과 똑같은 표정을 짓고 선 리녹을 본 순간, 마리엔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