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나는 곧 죽는다.
그것도 로판 속 남주와 여주를 이간질하려다 걸리고,
유일한 조력자에게도 내쳐져 길거리를 전전하다 마력 폭주를 막지 못한 채로.
이번 생은 어떻게든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니, 찾아야 했다. 이대로 또 죽는 건 너무 억울했다.
그래서…….
“아가씨. 이제 안으로 들어가시는 게 좋겠어요. 이러다 감기에 걸리실 거예요. 네?”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리제. 곧 올 시간이잖아.”
하녀를 데리고 찬 바람을 맞으며 기다려도 보고,
“요새 하녀들 사이에서 아가씨가 우체부와 밀회를 가진다는 소문이 도는 거 아세요?”
편지를 보내느라 우체부와 스캔들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내 목숨을 살려 줄 ‘그’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아가씨가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그분. 이, 이 먼지떨이처럼 비실비실하대요! 마탑 지하실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이유가 성격이 음침하고 어두워서래요. 게다가 얼굴은 가만히 바라보고 있기도 힘들 정도로 흉측하게 생겼다더라고요!”
그런 건 됐고.
이렇게 된 이상 다른 방법이 없다.
“직접 마탑으로 찾아가는 수밖에.”
***
“누구십니까?”
리제가 얘기한 거랑 전혀 딴판이잖아!
‘먼지떨이처럼 비실거린다며.’
그러긴커녕 웬만한 기사들보다 더욱 우람하고 커다랬다.
살짝 위를 향한 눈매는 날카로워 보였으나, 한쪽 눈 아래로 나란히 자리한 두 개의 점이 주는 신비한 느낌과 어쩐지 어울렸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잘생겼다.
“그러니까 지금, 당신을 저한테 파시겠다는 겁니까?”
지하실의 촛불이 흔들리며 그의 샛노란 눈동자가 함께 일렁였다.
“네!”
이것이 나의 구원자가 되어 줄, 은둔형 외톨이 대마법사 단테와의 첫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