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약국 문을 밀고 들어온 남자는 낯이 익었다.
묘하게 사람을 빨아들이는 듯한, 여자 깨나 울렸겠다 싶은 남자였다.
그를 멍하니 응시하며 기억을 더듬어가던 연우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연우는 저 남자를 본 적이 있었다.
호스트바에서.
“하루만 좀 재워주라.”
그녀를 기억하지 못했던 것 같은 이 남자는, 황당한 제안을 했다. 연우가 그 제안을 받아들인 건 단순히 하룻밤의 일탈을 저질러볼까 했던 마음이었다.
"너 호빠 간 적 있지."
아.
"그때 돈은 냈냐?"
그를 내쫓을 수도, 그렇다고 계속 같은 지붕 아래 있을 수도 없다는 걸 깨닫기 전까지는.
***
“여긴 언제까지 올 건데.”
“아쉽겠지만 오늘은 얼마 못 있어.“
“그게 아니라, 언제까지 올 거냐....”
연우가 말을 채 끝내지 못했다. 그가 연우의 턱을 당겨와 입술을 물었다. 제멋대로였던 지난 주말과 달리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부드러운.
“내가 질릴 때까지.”
“.......”
“내가 너 질리게끔 어디 한번 잘 해봐. 혹시 알아? 내일부터 안 올지.”
하지만 일, 위신, 평판…. 그딴 건 이 남자의 나신 앞에선 소용없는 것들이었다.
“흑, 흑.... 좋아, 좋아.... 태운 씨.”
“그렇게 좋아서 어떡하냐.”
쿵.
“나 안 오면 엄청 서운하겠네.”
쿵.
“흑.... 미칠 것 같아.... 흑!”
“미안한데 네 말대로는 못 해주겠다.”
태운이 연우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귓가로 전해진 간지러움은 곧 성감으로 변해, 연우가 낮게 신음했다.
“이렇게 뒹굴고 있는데도 더 못 박아서 아쉬운데, 여길 어떻게 끊어.”
이 짓을 끝내지 못할 것 같다고, 연우가 그와 살을 맞대는 내내 든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