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공식에 예외를 만드는 일이다.
예외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김현수는 그 예외였다.
고작 이런 스킨십을 거절당했다고 서운해하는 스스로가 낯설었다. 김현수가 그런 날 눈치채고 미안해하는 게 싫어 웃는 나는 더 낯설었다. 김현수를 좋아한다는 걸 깨닫고 난 후부터 나는 여태 모르고 있던 내 그림자를 벌써 수백 개쯤 발견하는 중이었다.
다시 걷기 시작하는 김현수를 따라 보폭과 속도를 맞췄다. 초여름의 아침 햇살은 눈이 부신 데다 뜨겁기까지 했지만 참을 만했다. 성적은 배구부보다 더 개똥이면서 연습에만 열심인 축구부가 만들어 내는 소음도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휴대폰으로 애니메이션을 보느라 갯지렁이만큼 느리게 걸으며 앞을 막고 있는 저 오타쿠 자식도 이해해 줄 수 있었다.
김현수가 옆에 있으니까.
제게 꽂힌 내 시선이 거둬지지 않자 의아함을 느낀 김현수가 의문 가득한 눈으로 날 올려다본다. 나는 그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한 채 저쪽 구석의 고물 자판기를 가리켰다.
“마실래?”
웃었다.
“오렌지 주스 말고 사이다.”
널 처음 마주쳤던 그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