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오랜만이네. 앉아.”
팔려 나오듯 나간 스물넷의 맞선 자리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뭐든지 한다는 말, 남자 앞에서는 안 하는 게 좋아. 험한 꼴 보기 싫으면.’
만인의 이상형, 완벽한 어른.
그러나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남자.
한 번만 봐 달라는 부탁을 매몰차게 거절하던, 도민현 교수.
그리고 지금은 결혼시장의 피라미드 최정점에 있는, 제이원 도씨 가문의 차남이자 맞선 상대.
서늘한 눈빛으로 제 맞은편에 자리한 그의 존재감은 유하를 위축시켰다.
“저는 매번……. 최선의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고 믿고 있어요.”
외면하려 했지만 결국 종점도, 도망칠 곳도.
마치 끝이 정해진 달콤한 함정처럼 하나뿐이다.
***
“전에 했던 이야기 기억나?”
“무슨 이야기요?”
짐짓 긴장한 유하의 턱 끝을 아슬아슬하게 올려붙인 그가 입술을 달싹였다.
“내가, 밤에 불친절하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