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제 얼굴이 마음에 드십니까, 누나?”
단 일 년 만에 마계를 통일시켜 버린 피의 군주, 마왕 아이엘!
500살 생일인 줄로만 알았는데, 오늘이 내 결혼식이란다! 아버지인 마신과 천계의 주신인 여신이 200년전 맺은 약속이라나,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이제와서 순순히 결혼할까보냐.
한번 하는 결혼 내 취향인 남자를 데려오지 않으면 절대로 결혼하지 않겠다 훼방을 놓으려했는데.
천계의 사신이 가져온 결혼할 왕비 후보의 초상화를 본 순간. 참지 못하고 소리쳐 버렸다.
"합격!"
그런데 뭐? 알고보니 내 왕비후보가 천계의 신이 아니라!
"그렇습니다. 왕비의 이름은 아드리안. 신성제국의 둘째 황자이자 주신이신 프레이님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
“인간입니다, 마왕님.”
인간이라고?
***
"여신님께서 정말로 저와 마왕을 결혼시키라는 신탁을 내리신 겁니까? 마왕이 여자일 줄은 몰랐는데. 신기하네요."
“너 지금 설마…….”
“그래서 그 마왕님 예쁘시대요?”
“…….”
“초상화가 전혀 없으니 마왕님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가 있어야죠. 저도 그래도 결혼하는 건데. 궁금하잖아요.”
“여신님께 말씀드려서 초상화라도 받아볼 수 없을까요? 저도 마음의 준비는 해야죠.”
그제야 아들의 허용범위가 범상치 않다는 것을 기억해 낸 황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오는 여자 안 막고, 가는 여자 안 막는 제 아들은 그 잘생긴 얼굴값을 톡톡히 했다. 마왕성에 팔려갈 운명이 된 것 치고는 너무나 여상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차를 마시는 아드리안을 보며 황제가 중얼거렸다.
“내가 낳았지만, 정말 X친놈을 낳았구나.”
천 년의 적이었던 마계와 인간계 사이에서 일어난 특별한 결혼! 마왕님은 과연 결혼생활을 슬기롭게 해나갈 수 있을까?
***
“그러니, 한 번 몸소 겪어보면 답이 나올 문제 아니겠습니까, 부인.”
“뭐……. 뭘 몸으로 몸소 겪어본단 말이냐?”
아드리안은 아이엘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움켜쥐었다. 아이엘이 흔들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달큰한 향기가 나는 그 머리칼에 아드리안이 입술을 내리눌렀다. 그리곤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듯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멀쩡한 남자의 구실을 할 수 있는지…….”
“……."
“강한 마기와 강한 성력이 만나 후계자를 만들 수 있는지 말입니다, 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