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19금 피폐 로판 <에렌델의 성녀> 속 서브 남주의 여동생으로 태어났다.
원작 여주와 남주의 피폐 집착 스토리에 엮이기 싫어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먼지처럼 지낼 계획이었건만....
친오라비의 강요로 나간 맞선 자리에서 원작 남주와 얽히고 말았다.
“저는 크리스터너 영애와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요.”
게다가 남주는 곧 원작 여주와 엮이기 시작할 텐데....
“어제 일은, 실수였어요.”
“…실수?”
어쩌다 보니 이 사람과 하루가 멀다 하고 온갖 에피소드를 생성하질 않나.
심지어 잠깐 정신이 나가 원작 남주와 하룻밤을 보내는 미친 짓까지 저질러 버렸다.
“아아…. 나 이거 알아요. 먹고 버린다 뭐 그런 거죠?”
“뭐, 뭐. 무슨, 먹고, 버리긴 뭐가….”
“맞잖아요. 리즈가 지금 나 먹고 버리려는 거.”
이대로면 진짜 발목 잡혀서 남주 전 여친으로 원작에 기록될 판이다.
안 돼! 이거 원작 찐찐찐 피폐물이란 말이다!
남주 저거 겉만 멀쩡해 보이지, 완전 미친놈이라고!
‘안 되겠다, 일단 튀고 보자!’
***
“제 순결을 가져가 놓고서 모른 척하겠다고요.”
그래, 저 소린 왜 안 나오나 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나오려는 한숨을 삼켰다.
“제 순결은 공작 각하께서 가져갔으니 피차일반이죠.”
“맞아요, 그렇죠.”
릭시온 루하네스는 순순히 내 말에 긍정하더니 눈동자를 길게 휘며 웃었다.
“그래서 저는 리즈와 달리 그 문제에 있어 꼭 책임을 지고 싶은데요.”
“아니, 전 진짜 괜찮….”
그가 뒤로 물러나 있던 몸을 바로 세워 내 쪽으로 바짝 다가왔다.
“애초에 리즈가 먼저 유혹하지 않았던가요?”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이 다가온 얼굴에 내가 굳어 버린 사이, 그의 손이 내 배에 와 닿았다.
조심스러우면서도 또다시 불순한 의도가 다분히 느껴지는 손길이었다.
남주의 전 여친이 되지 않으려 그렇게 애썼는데, 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