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6년 만의 재회였다.
수안은 파인주얼리 브랜드 ‘마셰리’의 수석 디자이너로 도망치듯 떠난 한국으로 돌아오지만,
그녀가 맞닥뜨린 건 옛 연인, 도현의 약혼반지를 제작해야 하는 가혹한 현실이었다.
“은수안, 꽤 좋아 보이고. 잘 지낸 것 같네.”
숨이 멎도록 그리워했고, 동시에 다시는 만나지 않길 바랐던 남자였다.
한때 제 목숨처럼 사랑했던 그의 눈에 담긴 색은 분노와 경멸뿐.
“어떤 용도로 주문하시는 반지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프러포즈용.”
도현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펜을 쥐고 있는 수안의 손이 잠시 멈칫하다 이내 다시 움직였다.
“원하시는 스타일이 있으세요?”
“간단해요. 마음에 드는 반지를 만들면 돼.”
“하지만 개인의 취향이라는 게 있어서요. 어떤 느낌인지 정도는 말씀해 주셔야 디자인을….”
“내 취향은 본인이 제일 잘 알 것 같군.”
도현은 여상하게 수안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마주 앉은 수안을 향해 상체를 기울이며 속삭였다.
“한때 내 모든 걸 가장 잘 알던 사람이잖아.”
벌써 잊은 줄 알았는데.
여전히 익숙한 그의 숨결이 수안의 귓가에 닿았다.
저릿한 자극에 목덜미에 오스스 소름이 돋으며, 온몸이 오싹해졌다.
“아직 멀었어, 은수안. 내가 겪은 참담함을 다 보상하기엔.”
비밀을 감추기 위해 떠난 여자와 배신감과 비참함으로 가슴에 독을 품은 남자.
어긋난 채 멈추었던 그들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