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자랑스러운 레서판다 일족의 외동딸 페페. 덫에 걸린 작고 귀여운 댕댕이 테오를 구했다.
“다쳤구나!”
독이 묻었을지도 모른다며 상처에 입을 가져다 대는 페페의 모습에, 할 말을 잃은 테오의 입이 벌어졌다.
‘이게 무슨…….’
독을 빼겠다고 한 짓이 오히려 상처를 내었기 때문인지. 잇자국이라고 난 것이 돌부리에 긁힌 상처보다도 작았기 때문인지.
하찮은 잇자국을 바라보던 테오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애초에 그는 강아지가 아니라 늑대였다.
* * *
“페페, 저 고양이가 무섭게 했어?”
“웅, 초식 수인이라고… 고양이?”
동물의 왕 사자에서 느닷없이 고양이가 된 남자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고양이는 처음 보는구나? 저게 고양이야, 페페. 아주 귀여운 고양이.”
페페가 작게 감탄하며 오동통한 앞발을 입 앞에 모았다.
“그리고 쟤는 담비.”
한 발짝 떨어져 있던 곰 수인에게도 새로운 정체성이 부여되었다.
“담비 수인이라면…….”
좀 더 몸이 가늘고 길쭉하지 않나.
동물형일 때와 인간형일 때가 꼭 닮아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그 정도 특징은 비슷하게 나타날 줄 알았는데.
“살쪄서 그래.”
‘그럼 그렇지.’
사자와 치타, 재규어보다는 눈치가 빨랐던 곰 수인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답은 정해져 있구나. 나는 맞장구만 치면 되는 거구나.
어쩌다 보니 페페의 앞에 네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테오에게 안긴 페페의 눈높이가 그들보다 낮았던 탓에, 자연스럽게 넷의 무릎이 굽었다.
그렇게 사자와 재규어, 치타와 곰이 늑대에게 받들듯 안겨 있는 레서판다 앞에 무릎을 꿇는 모양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