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한 왕가의 핏줄이자 공국 후작가의 외동딸인 레세티. 그녀는 오랜 약혼 끝에 사랑하는 연인 오딜과 결혼해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젊고 아름다운 남편. 사랑하는 아이. 그들을 사랑하는 공국민들.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 예고 없이 들이닥친 불행이 모든 것을 앗아가기 전까지는.
“당신, 나를 사랑하나요?” “……아니. 사랑하지 않소.”
시들지 않는 백합처럼 영원한 사랑은 동화 같은 환상에 불과했을 뿐. 나날이 심해지는 광증. 가족도, 종복도, 아이조차 잃어버린 비참한 삶. 가물가물한 의식의 끝에서 들려온 검은 뱀의 속삭임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당신이 불행해졌으면 좋겠어!
끝내 아이의 무덤 위에서 비참함 죽음을 맞이한 그녀는 오로지 그 한 가지 바람으로 시간을 거스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