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소공녀 페넬리티의 삶은 마법 타자기로 기록되어
신문 연재소설 <페페>에 낱낱이 실린다.
“둘째 왕자가 소공녀에게 구애했는데 매몰차게 거절당했대요! 호외요, 호외!”
바람둥이 왕세자에게 고백을 받은 페넬리티.
하지만 왕실의 압박에 말더듬이 왕자 비에트의 고백이라 알려지고....
—내 속마음은 소설로 확인해요. 다들 나를 의심할 때면 그렇게 하던데요, 뭘!
—싫어. 네가 앞에 있는데 내가 왜 그래야 해? 눈 마주치고 직접 대화하는 게 좋잖아.
어쩔 수 없이 결혼하게 되어 불만을 품었던 것도 잠시,
둘은 누구보다 서로를 깊이 이해하며 점차 가까워진다.
“네, 네가 나를 점점 기…… 길들여 가고 있는 것 같아.”
비에트는 소설에 낱낱이 기록되는 결혼 생활이 끔찍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은 마냥 싫지만도 않다는 미친 생각이 문득문득 들기 시작한다.
—이 왕궁이 나를 가둔 어항이냐고요?
‘페넬리티 코크런’이 궁금해졌다.
좁은 어항에 갇힌 물고기 같은 여자와
거칠고 위협적인 파도 같은 남자.
파도에 몸을 실은 물고기는 답답한 어항을 떠나
자유로운 바다에 도착할 수 있을까?
* * *
「<페페: 태어난 지 76XX일째!>
※본 체제 선전 소설은 어린이가 열람하기에 부적절한 내용을 포함합니다.
11대 소공자는 여자아이가 되었다.
최초의 소공녀는 바로 나, 페페였다.
내 조국에는 ‘소공자’라는 특별한 제도가 존재한다.
훌륭한 혈통의 남녀가 낳은 아이를 신문 연재소설의 주인공으로 삼아
일거수일투족을 매일 소설로 공개해 국민의 자부심을 고취하는 것,
그렇게 나는 신문 연재소설 <페페>를 통해 내 하루하루를 모두에게 낱낱이 보여 주었다.
(보여 줬다기보다는 강제로, 속속들이 까발려졌다는 말이 더 정확할까?)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소공녀의 일상을 기록하는 마법 타자기는 멈추는 법이 없었다.
당신에게 별수 없이 이 글을 보여 주고 있는 바로 지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