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형님의 여인이라더니 시시하군.”
초야가 지나고서야 깨달았다.
“기대한 것보다 훨씬 실망스러워.”
밤을 보낸 사내가 내 약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래도 아프다고 우는 건 꽤 귀여웠어.”
잔인한 말을 내뱉는 사람이 내 약혼자의 쌍둥이 동생이라는 것을.
***
쌍둥이가 태어나면 제국을 멸망시킬 거라는 예언에 따라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내 약혼자의 동생이 살아 돌아왔다.
믿을 수 없는 능력과 함께,
재해가 되어.
“내 말을 잘 들으면 형님을 살려줄지 모르지.”
그는 혁명을 일으켜 황제인 제 아버지를 살해했고.
“그리고 네 쓸모없는 가문도.”
내 가문은 나를 버렸다.
새 황제에게 나를 팔아넘긴 것도 내 가문이었다.
“형님이 너를 꽤 귀애했나 봐? 그렇지 않고서야 가진 거라곤 몸뚱이뿐인 너를 그냥 뒀을 리도 없을 텐데.”
***
나는 도저히 그를 사랑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살아서 그에게서 달아날 수 있을 방법은 없었기에.
“뭐 하는 거야?”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 위에 섰건만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이게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당장 이리 와, 엘레나.”
“폐하와 함께 있던 시간은 제게 불행이었어요.”
처음으로 그의 불안한 표정을 보았고,
“내 말 못 들었어? 이리 오라고!”
그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자 오히려 미련은 남지 않았다.
“우리 다신 만나지 말아요, 폐하. 다음 생에도, 그다음 생에도, 영원히요.”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 제발….”
그러자 그가 처음 보는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제발 그러지 마. 내가 널 사랑한다고.”
그 우스운 말을 들으며 나는 무저갱 같은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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