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네가 아니었으면 난 지금 어떤 모습일까, 상상이 되질 않아.”
“그런 건 상상하지 않아도 돼.”
“만약이라는 게 있잖아.”
“내가 네 만약이야.”
“맞아. 네가 내 만약이고, 내 전부인 것 같아.”
운명 공동체.
입사 동기인 재운과 희명을 일컫는 말이었다.
‘운명 공동체’라는 말처럼 두 사람은 모든 면에서 호흡이 잘 맞았다,
왜 둘이 사귀지 않는지 의아할 만큼.
사실, 희명에게는 남자 친구가 있었다.
변호사라는 번듯한 직업과 큰 키에 호감 가는 외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기훈과의 이별을 원하고 있었다.
로펌을 옮기는 과정에서 보게 된 그의 부조리함에,
원하는 것이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의 맹목적인 직진에 남자 친구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러던 중 기훈의 어머니의 말도 안 되는 모욕에 희명은 그에게 이별을 고하지만,
그녀를 성공의 조건으로 보고 있는 기훈은 이별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랫동안 희명을 짝사랑해 왔던 재운은 스토커처럼 그녀를 따라다니는 기훈으로부터 희명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집에서 함께 지낼 것을 제안하는데…….
[본문 내용 중에서]
“연수원에서 널 처음 봤을 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
“무슨 생각?”
대학을 졸업하던 해 봄, 충주에 있는 연수원에서 입사 동기인 희명을 처음 봤다. 웃는 얼굴이 천사 같아서 자꾸 쳐다보게 됐었다.
“널 좋아하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
“내색도 안 했으면서.”
“같은 팀이 됐는데 굳이 내색할 이유가 없잖아. 일주일 내내 얼굴을 볼 수 있는데.”
그리고 출근을 하자마자 희명과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게 됐다.
상품 기획팀.
사회 초년생다운 서툰 실수를 거듭하던 그곳에서 8년씩이나 함께 근무를 했다. 운명 공동체 소리를 들어 가면서.
“왜 한 번도 얘기 안 했어?”
“널 볼 때마다 설레는 그 느낌이 좋았어.”
“뭐라고?”
“고백하고 나면 그 설레임이 반으로 줄어들 것 같았어.”
“사춘기 소년이야?”
“네가 나를 그렇게 만든 감이 없지는 않지.”
“나 때문이야, 그게?”
기분 좋은 말을 들으면서 웃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희명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나도 내가 그런 사랑을 하게 될 줄은 몰랐어. 너라서 그럴 수 있었던 것 같아.”
“다시 말해 볼래?”
“너라서 그렇게 사랑하고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