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드래곤은 제국의 수호자이다. 이는 태초신이 정해놓은 운명으로, 절대로 거슬러서는 안되는 진리였다.
허나, 드래곤은 11대 황제를 죽였다. 그 죄로 신은 저주를 내렸으니, 다음에 태어나는 황제의 핏줄과 운명을 공유하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그 당시 황태자였던 12대 황제는 황후와 혼인하여 13대를 낳았으니, 완전한 황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센텀 아이움’이라 이름붙였다.
그러나 아이는 완전하지 못했다. 드래곤과 연결된 운명은 그를 인간이되 인간이지 않게 만들었다.
뛰어난 신체능력, 넘치는 마나. 얼핏 보기엔 축복과 다를 바 없었으나, 그 이면에는 어두운 저주가 자리잡고 있었다. 센텀은 육식을 한다. 그 대상은 인간이었다.
공포에 질린 사람들은 센텀을 궁에서 내쫓았고, 그는 드래곤을 찾아간다.
모든 것을 초월한 존재였던 드래곤. 센텀이 인간답지 못하게 된 것처럼, 드래곤 역시 드래곤답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그간 알고 있던 세상의 진리들이 버겁게 느껴지고, 인간의 감정과 욕구를 느끼게 되었다. 배고픔. 그것은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괴로움이었다. 센텀과 운명을 공유하게 되면서, 영원한 삶 역시 막을 내렸다. 그가 죽으면, 드래곤도 죽는다.
그는 이름이 필요 없는 존재였다. 그의 존재는 이 세상 단 하나뿐이었고, 그렇기에 구별할 필요가 없었기에.
허나, 그는 스스로에게 이름을 붙였다. 더이상 완전하지 못한 자신에게, 모든 것을 잃었다는 의미에서 ‘제로’라는 이름을.
어느 날, 황태자 센텀이 찾아왔다.
“저주를 풀어야겠어.”
세상은 균형을 유지한다. 어둠이 있다면 밝음이, 문제에는 해답이 있다. 저주가 있다면 풀 방법 역시 있으리라.
그들은 신으로부터 하나의 답을 받았다.
선택받은 자를 찾아 먹는다면 저주는 끝나고 평온을 찾으리라. 그의 피는 달 것이며, 배고픔을 가라앉히리라. 마침내 먹었을 때, 두 영혼의 연결은 종말을 맞으리니.
포식자에게 살아남기 위해, 피식자는 한 가지 능력을 받았다. 그녀의 피를 먹은 것들은 일시적으로 마력이 사라진다. 신체의 모든 활동은 스테미나와 마나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 즉, 그녀의 피를 먹으면 신체는 최약체가 되고, 그 어떠한 마법도 운용할 수가 없다. 흡혈과 동시에, 그녀보다 피라미드의 하위에 서게 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