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은 밝고 나머지는 어두운 달을 닮은 존재, 하현. 권태롭고 고요하던 그의 시간에 꽃처럼 툭 떨어진 소녀, 동백. 인간의 꿈을 먹고사는 환수, 맥(㹮)인 그가 기억마저 잃고 붉은 흉터만 남은 그녀와의 기묘한 동거를 받아들인 이유는 딱 하나.
“……꿈.” 그것도, 숨 막히게 맛있어 보이는 꿈. 짙어진 두 눈 가득 허기가 들어차며 침이 고였다. 뱃속이 끓어오르고 손발이 저릿했다. 어떻게든 풀어내지 않으면 터져 버릴 것 같은, 가장 원초적인 본능과 욕구가 치밀었다. 먹고 싶다. 깊게 숨을 몰아쉰 하현은 직감했다. 이 여자를 맛본 이상, 이제 다른 것은 먹을 수 없게 되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