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프리든 가의 시든 꽃을 주워버린 비운의 공작.
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업체를 이끌어 갈 마르키시오 가문의 공작과 몰락한 남작가 여식이 한데 묶일 수 있는 유일한 문장이었다.
“후원을 받아, 메디아 프리든. 괜한 자존심 세우지 말고.”
여자의 표정 위로 떠오른 감정들을 하나, 둘 낚아챘다.
부끄러움과 수치, 원망이 뒤섞인 작은 얼굴이 곧 발갛게 물들었다.
말로는 감사하다, 큰 은혜를 입었다 하면서도 여자의 파란 눈에는 어떤 간절함이 있었다.
저로서는 도무지 모를 심정이었다. 모르니 짜증만 날 뿐이다.
“후원이 싫으면 적선으로 치든가.”
남작이 진 빚을 내가 대신 변제해 줄 수 있어.
그 이상의 재력을 네게 안겨줄 수 있어.
네가 숨기고 있는 게 뭐든, 그게 네 발목을 붙잡고 있는 그 빌어먹을 빚 때문이라면 내 그늘 아래에 숨어들어.
그렇게 해, 메디아. 제발.
이기적인 본심이 불쑥 올라왔지만 그건 결국 내뱉지 못할 염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