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 키워드 : 서양풍, 판타지물, 재회물, 첫사랑, 소유욕/독점욕/질투, 정략결혼, 능력남, 다정남, 집착남, 순정남, 철벽남, 능력녀, 사이다녀, 직진녀, 다정녀, 애교녀, 쾌활발랄녀, 영혼체인지/빙의, 초월적존재, 왕족/귀족, 로맨틱코미디, 육아물
꿈도 희망도 없는 피폐·집착 소설에 빙의했다.
그것도 남주와 계약 결혼한 여주를 홀로 짝사랑하다가,
결국 죽게 되는 서브남의 막냇동생 라피네로!
내 최애 캐릭터이자 다정한 큰오빠에게
그런 비참한 엔딩이라니, 절대 안 돼!
라피네는 여주의 계약 결혼을 막기 위해
이 소설의 남주인 황태자 제르칸을 세뇌시키기로 했다.
그에게 계약 결혼이 필요할 때, 자신을 떠올릴 수 있도록!
“제르칸 오라버니! 결혼할래!”
“고마우면 이다음에 나랑 꼭 결혼해야 해.”
“정략결혼이 필요하거든 그때 나랑 계약 결혼을…….”
그리고 마침내 세뇌가 성공했을 때,
라피네는 속으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래. 반드시, 너와 결혼할게.”
그가 어떤 눈빛을 하고 있는지 상상도 못 한 채.
* * *
그래, 그때는 정말 몰랐다.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나랑 결혼하고 싶다고 시도 때도 없이 조를 땐 언제고…….”
“…….”
“이제 와서 도망을 가?”
▶잠깐 맛보기
“라피네.”
제르칸은 감정이 폭풍처럼 휘몰아쳐 통제하기가 어려웠다. 화가 나고……. 서운하고, 섭섭하고. 그가 이렇게 된 것은 조금 전 목격한 상황 때문이었다.
라피네는 안토니오 황자와 매우 친밀한 듯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제르칸은 꼭 거대한 둔기로 뒤통수를 가격당한 것처럼 골이 흔들리고 얼얼했다.
자신과는 조금 닿는 것도 그렇게 싫어해 놓고…….
심지어는 생각이 더 앞서 나갔다.
어린 라피네가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안토니오를 붙잡고 결혼하자고 졸랐을지 모른다 생각하니…….
꽉 쥔 주먹이 떨려왔다. 눈앞이 새빨개지고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왜 자꾸 날 피하는 거지?”
“네?”
“날 피하고 있다는 건 너도 부정하지 못하겠지.”
“…….”
“왜. 내가 정말 어릴 때 약속을 지키려고 너에게 결혼하자고 할까 봐 겁이라도 먹었어?”
쏟아지는 팩트 폭행에 라피네는 얼얼했다. 게다가 제르칸이 자꾸 한 걸음씩 다가오는 바람에 저절로 뒷걸음질을 치게 됐다.
결국 라피네는 막다른 곳에 다다랐다. 등 뒤로 커다란 기둥이 느껴졌다.
“그래서 떠난 거였나?”
어느새 제르칸은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라피네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자 제르칸은 삐딱하게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유쾌한 웃음은 아니었다.
“그렇게 나랑 결혼하고 싶다고 시도 때도 없이 조를 땐 언제고…….”
“…….”
“이제 와서 도망을 가?”
제르칸이 손끝으로 라피네의 턱을 당겨 올렸다. 꼭 입술이 닿을 것처럼 얼굴이 가까워서 숨을 쉬기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묻는 제르칸의 눈빛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얘, 얘가 왜 이래?’
라피네는 왠지 모를 소름에 등골이 오싹했다.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잠깐. 설마, 원작처럼 미친 집착남이 되는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