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어느 날 눈을 떠 보니 처음 보는 세상에 떨어져 있었다.
그곳에선 모두가 그녀를 세리나 드 테네브라고 불렀다.
아무리 그녀가 아니라고 외치고 또 외쳐도.
“네가 영영 깨어나지 않는 줄 알았어.”
자신을 끌어안고 절절하게 속삭이던 남자, 블레이크 후작.
그는 모든 진실을 알고도 그녀를 품에서 놓지 않았다.
“전 세리나가 아니에요.”
“앞으론 그녀가 되어야 합니다.”
흐릿하게 미소 지은 블레이크는 거절하기엔 너무 매혹적인 제안을 꺼내 들었다.
***
“여인은 그저 꽃같이 웃으며 활짝 빛나는 것이 미덕이지요.”
여인은 그저 잘 그려진 그림처럼 존재하는 곳.
에스텔라, 아니 세리나는 그들과 같은 여인이 될 생각이 없었다.
입술 끝에 매단 냉소를 숨기지 않은 채, 그녀가 안타깝다는 듯 내뱉었다.
“그럼 그냥 꽃으로 태어날 걸 그랬나 봐요. 어쩌다 말도, 생각도 할 수 있는 인간으로 태어나선.”
타인의 따가운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에스텔라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능력을 펼쳐 보인다.
“나는 언제나 그대를 지지해.”
늘 한 걸음 뒤에서 그녀를 지켜봐 주던 그가 눈이 부실 만큼 찬란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