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레브 제국의 영주, 데이지.
그녀는 매일 제공되는 불면증 약을 먹지 않은 날,
꿈속에서 이상한 남자를 만난다.
‘죽고 싶다’는 말만 늘어놓는 그.
그리고 깨닫는다. 약을 먹지 않으니 기억이 또렷해진다는 걸.
다시 눈을 뜨니 원수나 다름없는 코슈마르 제국이었고,
그 제국의 황제이자 꿈속의 남자였던 시즈는
그녀에게 저주와 증오를 내리면서도,
동시에 충격적인 이야길 한다.
“데이지, 그대는 황후가 될 거야.”
난도질당한 마음에 닿은 그의 포옹은 지독하지만 포근했다.
“내가!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그대는 정말 사람을 미치게 해.”
죽이고 싶어 하는 이유,
또한 처참하게 서로를 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
사랑하고, 또 혐오하는 그들 사이의
진실과 운명은 과연 무엇일까.
-책 속으로
“내가 죽으면 다 끝나겠지. 그러니, 언제든 날 죽여. 그리고 그대가 원하는 레브를 되찾아.”
“미친 소리 하고 있어. 저런 사람이 한 제국의 황제라니, 제국민이 참 불쌍해.”
시즈를 노려보던 그녀는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녀가 문을 열어젖히려는 순간, 그가 그녀의 뒤통수에 대고 얄밉게 외쳤다.
“그대로 나간다면 꽤 골치 아플 텐데.”
“…….”
“뭐, 오히려 사랑받는 황후인 편이 나으려나.”
그녀가 발걸음을 우뚝 멈추자,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그는 키스 마크가 새겨진 그녀의 목덜미를 슬쩍 어루만져 주고는 먼저 나가 버렸다.
데이지는 냉큼 거울 앞으로 다가가 등을 비춰 보고는 경악했다. 마치, 죄수에게 낙인을 찍은 것처럼 그가 목에 남긴 입맞춤의 흔적은 너무도 선명했으니까.
데이지는 그 자국을 벅벅 문대며 욕을 내뱉었다.
“저 망할, 재수 없는 자식!”
혼자 남아 욕을 중얼거리는데, 그가 능글맞은 목소리로 천연덕스럽게 얘기하던 것이 또 떠올랐다.
‘그런 것치고는 그대도 꽤 즐긴 것 같은데. 아닌가?’
그 말은 실로 정확했다. 그녀는 단순히 그의 눈빛, 손짓만 보고 사랑에 빠진 거라고, 그가 그녀를 사랑한다고 착각했으니까. 그걸 믿고 마음을 놓아 버린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