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부모님의 유언을 받들어 꼭 오라버니를 과거 급제시키고자, 죽어라 뒷바라지 했다.
장작 패기, 바느질, 사냥해서 가죽 팔기, 물 긷기, 매실 장사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그러나 공부는 귓등으로도 보지 않고, 밖으로 나다니기만 해서 속이 터지는데….
“아, 내가 이 녀석을 꾀어낸 게 아니라….”
이번엔 또 나쁜 친구까지 사귀었다.
한량이 꿈이라는 오라버니의 술벗, 부잣집 공자님.
“두 분이 어찌 만나게 되신 건진 모르겠으나, 제 오라비와 사귀신 것을 보면 썩 건전하고 바른 분은 아닌 듯합니다.”
오라버니를 흔드는 그의 등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에 대한 인상은 그게 전부였다.
생김새도 목소리도 이름도 성격도 기억에 남길 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다시 볼 사람이 아니니까.
마침 나라에서는 황녀 전하를 호위할 여자 금위위사를 선발한다는데, 녹봉이 괜찮단다.
지붕도 새고, 오라버니도 밖으로 새는데, 그 돈이면 지붕이든 사람이든 하나는 고쳐 쓸 수 있겠지.
그렇게 금위위사 선발 시험에 급제하고 황제를 뵈었다.
“이렇게 또 보는구나.”
또? 살면서 황제의 용안을 뵐 일이 지금 같은 때 말고 또 있을 수 있나?
“설마 날 못 알아보는 게냐?”
설마라니? 뵌 적이 없는 분을 알아보지 못하는 게 당연하지.
한데, 왜 황제께서는 황당하고 서운한 표정을 지으시는지…?
“나중에 알아보면 후회할 게다.”
관직 생활 시작부터 황제의 으름장을 들었다.
그리고 순탄하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조금씩 맞아떨어져 가고 있었다.
첩첩난관, 아니 첩첩연정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