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결혼하기로 했으면, 책임져야지. 안 그래?”
연인이었던 엘리오스에게 모든 걸 받쳐 헌신했건만, 그는 황녀와 결혼을 해버렸다.
배신감에 홀연히 제국을 떠난 베르.
전 연인을 잊기 위해 독한 술을 들이켜던 그 날. 베르는 절대로 되돌릴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숙취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간신히 눈을 뜨자, 믿지 못할 광경이 보였다.
갈색 피부, 황금색 눈동자, 검은 머리칼을 가진 낯선 남자.
베르는 왜 처음 보는 남자가 자신의 옆에 누워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누구세요…?”
베르의 물음에 카탄이 오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섭섭하네. 결혼을 약속한 사이인데, 누구냐니.”
“네? 결혼이요?”
베르는 어떻게 해서든 이 난감한 상황에서 벗어나려 애쓰지만….
“죄송하지만, 어제 일은 실수였어요….”
“실수? 미안하지만 난 실수가 아니었거든.”
카탄은 자신의 품에 스스로 들어온 완벽한 이상형을 놔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결혼하기로 했으면, 책임져야지. 안 그래?”
베르는 그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살폈다.
190cm는 훌쩍 넘을 것 같은 장신에, 굳은살 박인 커다란 손과 금색으로 이글거리는 눈빛은 시선 한 번으로 사람을 주눅 들게 만들었다.
보통 사람은 눈을 마주치는 것도 힘들게 분명한 남자!
겨우 가슴께에 닿을락 말락 한 자신이 책임지기에는 눈앞에 있는 사내가 너무나도 건장했다.
***
결혼하자며 매달리는 카탄도 골치 아픈데, 황녀와 결혼한 엘리오스가 자꾸 끈질기게 베르를 옭아매기 시작한다.
“날 버리고 황녀와 결혼한 주제에 왜 이러는 거야. 도대체 뭐가 문제야?”
“허락도 없이 내 곁을 떠난 것. 넌 영원히 내 곁에 있어야 해.”
엘리오스는 베르를 자신의 손에서 놓아줄 생각 따위 전혀 없다.
베르가 있을 곳은 오직 자신의 옆자리일 뿐!
‘나를 방해하는 것들은 전부 없애버려서라도 베르를 가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