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손을 감싸 쥐고 있었다. 손끝이 단정했다. 깨끗한 손등에는 그가 남자가 되어 가고 있다는 걸 보여 주듯 핏줄이 툭툭 올라와 있었다. 강하고 아름다운 손이었다. 그녀는 그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왜 갑자기 친한 척이야?” “…….” 그는 잠깐 말문이 막힌 듯 가만히 앉아 있었다. “우리가 이런 거 주고받을 사이는 아니잖아.” “글쎄.” 그러고는 뭔가를 생각하는 듯 잠시 뜸을 들였다. “아쉬운 것 같아.” “뭐가?” “너.” 이번에는 그녀가 대답하지 못했다. 그가 갑자기 불쑥 허리를 기울여 키스를 했기 때문이다.
그날, 문성록은 도대체 무슨 마음이었을까. 가끔 서이는 그날 밤을 떠올려 곱씹었다. 그날의 조명과 빗소리, 텁텁할 정도로 오래된 종이 냄새와 귓가에 와 닿던 그의 나직한 숨소리, 그와의 키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