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주인댁 외동딸 대신 공녀가 되려 배에 오른 신채은.
노름빚에 쫓기는 아비와 끔찍한 악몽으로 변해버린 어멍.
이 땅에 그녀를 붙잡을 것은 무엇도 없었다.
약조한 삯만 받는다면, 타국에서 새 삶을 시작할 거라 믿었다.
충동에 휩싸여 풍랑으로 뛰어들기 전까지는 말이다.
설상가상으로 그녀는 물속에서 한 사내까지 구하게 되는데…….
“다신 보지 마요. 오늘은 서로 잊고 살아요.”
잊으려야 잊히지 않던 그 사내를 새로운 주인으로 맞이하게 된 날.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것도 잠시.
불쑥불쑥 곁으로 파고드는 그가, 두렵다.
***
절름발이 행세를 하며 세상과 척진 쌍생아 왕자 이태유.
세자의 그림자가 되어, 죽은 듯 살아야 하는 신세다.
발톱을 숨긴 채 숨죽이고 있던 그에게 날아든 나비 같은 여인.
어딘가 낯익은 그 아이가 눈에 밟혀 곁에 두었다.
시중을 들 종이 딱히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눈빛이 묘하게 잊히지 않는다.
“야반도주하면 안 된다.”
자신을 피해 달아나는 여인이 밉지 않다.
제가 원수라도 되는 양 쏘아보는데도 밀쳐 내고 싶지가 않다.
“그 물속에서 기어이 날 건진 것은 너였잖아.”
이미 모두 동난 줄로만 알았던 마음이 동했다.
날 이 어둠 속에서 끌어낼 사람이, 이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