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동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돈 많은 양반의 과거시험을 대신 봐주는 거벽, 아원.
옛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미련을 가슴 한구석에 꼭꼭 숨겨두고 그저 살아남기 위해 사내 행세를 한다.
자신의 마음이 어떻든지 간에 그저 살기만 하면 되었다.
아원만을 기다리고 있는 동생들이 있으니까.
설령 산길에서 호랑이를 마주친다고 하여도 말이다.
‘아냐, 아냐!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어.’
오금이 저리고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그녀는 치열하게 살 방도를 궁리했다.
그때 운명처럼 무엇인가가 번뜩 떠올랐다.
그래, 어차피 죽을 확률은 반, 살아남을 확률도 반.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젖 먹던 힘까지 다 끌어모아야 한다.
“무사하셨군요! 저를 못 알아보시겠습니까? 어찌하여 이 동생을 잊으셨단 말입니까? 저 아원입니다!”
“말 같지 않은 소리를 어디서 감히!”
가난한 집안의 장녀이자 실력 있는 거벽, 그리고 호랑이 ‘윤범’의 동생이 된 아원은 호랑이와 함께 위험한 동행을 시작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 피어오르는 기묘한 감정을 외면하고,
과연 무사히 시험을 마칠 수 있을까?
* * *
“이렇게! 이렇게 너를 홀리는 것은 내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건 진짜가 아니지. 하룻밤이면 사라지는 이런 것 말고 내가 원하는 건 네 마음, 신아원의 진심이다. 진짜 마음 말이다! 그러니 참고 또 참아야겠지. 참을성 없는 이 호랑이가, 산군인 내가! 이를 악물고 너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간절히 기다리고 있어. 그런데… 그게 너무 힘들구나. 미칠 것만 같아, 아원. 네가 밀어내면 난 상처받아.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워….”
파도치는 그의 거센 감정에 몸이 실린 아원은 윤범을 똑바로 보았다.
꾹꾹 눌러 담은 그의 마음, 애타는 눈빛과 목말라 허덕이며 애원하는 입술을 피하지 않고 마주했다.
그가 그녀의 마음을 부숴주기를 바랐던 것처럼 버티지 못하고 조각조각 금이 갔다.
“마음을 주면! 그다음은요? 무엇을 장담할 수 있습니까? 죽을 것처럼 뜨거운 이 사랑마저 끝이 나면 대체 얼마나 가혹한 대가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매 순간 저는 두렵습니다. 미칠 듯이 당신에게 이끌리는 이 마음을 돌이킬 수 없을까 봐. 윤범 당신을 너무나 사랑하게 돼서, 어떤 대가라도 치르겠다고 각오하게 될까……. 그게 몸서리치게 두렵다고요!”
《호랑이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