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무협지 배경 시대에 환생했다.
외로웠던 전생과 달리,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현생이 정말 좋다!
그렇게 새롭게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달갑지 않은 불청객 한 명이 불쑥 일상을 파고든다.
상대는 재수 없고 무뚝뚝한 객식구, 영호량.
……뭐, 자세히 보니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니라서 어찌어찌 남매처럼 지내게 됐지만,
알고 보니 이 녀석은 전생에 읽었던 무협지의 악당 남조였다.
그것도 의붓어머니를 독점하기 위해 배다른 동생인 남주를 죽이려다
오히려 자신이 죽게 되는 아주 질이 나쁜 놈!
평온한 내 일상과 소중한 가족들을 지키려면 이 녀석을 멀리하는 게 당연한데……
어째서 나쁜 놈처럼 보이지 않지?
나한테는 왜 이렇게 치대는 거고?
이 녀석을 살짝 고치면……
괜찮지 않을까?
* * *
“누가 다가오는 게 싫다고 했지?”
“!”
나는 숨을 딱 멈췄다. 몽환적인 기분이 싹 가시고 현실감이 해일처럼 나를 덮쳤다. 나는 꼼짝도 못 한 채 눈만 아래로 굴렸다. 감히 녀석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녀석이 담담히 말을 이었다.
“그 말은…… 포기하라는 거지?”
“……그래.”
사탕 과자를 꿀꺽 삼킨 내가 가까스로 대답했다. 그러자 녀석이 태연하게 말했다.
“난 기다릴 건데.”
“……뭐?”
내가 놀라서 고개를 번쩍 들었다. 녀석이 얼굴을 돌려 나를 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포기만 답이 아니야. 부담 주지 않으면서 상대의 맘이 나에게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내가 그럴 거고.”
“…….”
당황한 내가 입을 떡 벌렸다. 녀석은 입을 다물고 자신의 얼굴을 내 쪽으로 천천히 기울였다. 두 뼘 남짓한 거리를 두고 움직임을 멈춘 녀석은 나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나는 녀석의 눈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어찌 된 일인지 하늘에 있던 별이 그곳에도 있었다. 멍하니 넋을 빼고 있는 나에게 녀석은 봄의 새순처럼 싱그럽게 웃었다.
“그러니까, 천천히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