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너도 여전하네.”
하윤이 고개를 젓고는 작게 중얼거렸다. 여전하다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7년이었다. 하윤과 연애를 했던 시간. 그리고 헤어진 지 5년이 지났다.
여전하네. 그 말이 긍정적인 것인지 부정적인 것인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함께했던 시간이 있는데 나처럼 너도 잠깐 추억에 젖어들긴 했을까. 아니면 헤어지기를 결심했던 그때와 달라진 게 없다는 뜻일까.
그냥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하윤의 눈동자는 차분했다. 형사랍시고 매번 해야 하는 표정 관리 하나 못 하고 있는 저와는 다르게 흔들림 하나 없었다.
하윤에게 5년은 충분한 시간이었던 걸까. 아마도 그랬겠지. 누군가에겐 아주 긴 시간이었으니 그럴 수 있었다. 섭섭해할 자격은 없었다.
구차하네, 정말.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런 의미 해석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미련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냥 평생 살면서 어쩔 수 없이 후회하는 한 가지, 그런 게 있다면 제겐 그게 하윤이라서 그랬다.
첫사랑. 전여친. 겨우 그런 단어만으로 설명할 수도 없는 사람이었다. 사랑이란 단어에는 어김없이 하윤에 대한 기억이 딸려왔다. 하윤과 사랑, 그 둘이 꼭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아무리 시간이 오래 지나도 변하지 않았다. 더 오래 지나도 변할 것 같지가 않았다. 그게 한때는 당연했고, 어느 때는 버거웠고, 언젠가부터는……. 언젠가부터는 그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