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열등감이라고 해두자. 극복하지 못한 패배 의식이든지.”
“그거 내가 가질게.”
“뭐?”
“오빠가 말하는 열등감, 패배 의식 나한테 달라고. 오빠한테는 그런 거 안 어울려.”
저녁을 먹기 위해 들른 막창집에서 아주 오랜만에 선배의 전 남자 친구인 강훈과 재회하게 되었다.
학교 선배이자 룸메이트였던 정윤과 강훈은 누구나 부러워했던 커플이었다,
강훈의 집안에서 운영하는 회사가 망하기 전까지는.
강훈의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자 결혼을 약속했던 선배는 그를 헌신짝처럼 버렸고,
선배에게 버림받은 그가 미국으로 건너갔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강훈과의 인연은 끝났다.
그런데 그를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분명 안쓰러움과 연민이었다.
하지만 힘든 상황에도 미소와 여유를 잃지 않고 사람들을 대하는 그를 보며
언젠가부터 그를 떠올리는 시간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날마다 그를 만나면서 그에 대한 마음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한 발짝 다가서려 할 때마다 그에게서 뭉근한 선을 느낄 수 있었다,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는.
다시 만난 강훈에게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기 시작한 슬아.
그녀는 과연 그와 연애, 할 수 있을까?
[본문 내용 중에서]
“나, 오빠 좋아해.”
“거기까지만 하자.”
“내가 부담스럽지?”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서 그래.”
“내가 오빠의 지난 시간을 알아서?”
“그것도 한 가지 이유일 수 있고.”
슬아는 정윤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으려 기를 썼다. 어떤 이유가 있어도 강훈에게 아픈 기억을 더듬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말했다.
“정윤이 때문만은 아니야.”
“…….”
“사람들을 봤어.”
“어떤 사람들?”
“태한 실업 기획실에 근무하던 서강훈과 막창집 사장 서강훈이 같은 사람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 아니, 모르는 척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그게 오빠한테 의미가 있는 일이야?”
“친했던 친구들 역시 그랬던 것 같아.”
슬아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가 말한 ‘그때’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연거푸 두 잔의 술을 마시고 나서야 그가 말했다.
“너한테 그 길을 같이 가자고 하고 싶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