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타인의 기억을 읽고, 또 지울 수 있는 능력까지 가진 캐서린.
친구의 기억을 빌려 쓴 <망각의 시간>이 베스트셀러에 오르자
제 능력을 이용하여 집필 활동을 이어가려 하지만.
모든 것은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헛되이 사용할수록 점점 힘을 잃어 가는 능력에 작가의 입지마저 흔들리자,
캐서린은 결국 고향으로 내려와 서점 직원으로서 일하게 된다.
그렇게 권태로운 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얼마나 걸리지? 당신 능력 다 알고 왔는데.”
캐서린 앞에 낯선 남자 손님이 등장하는데…….
***
“너무 대놓고 쳐다보는 거 아닌가.”
캐서린은 살짝 휜 남자의 입꼬리에 머물던 제 시선을 황급히 끌어 올렸다.
“……그쪽 쳐다본 거 아닌데.”
말 같지도 않은 변명에 낯부끄러운지 캐서린은 얼굴을 잠시 붉혔지만 모건은 별다른 말을 덧붙이진 않았다.
“딴 건 그렇다 치고, 여기. 최대 접촉 면적은 뭐야.”
모건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계약서를 테이블 위로 내려놓았다. 손끝으로 계약 조항을 짚으며 캐서린을 쳐다보는 남자의 눈썹 한쪽이 삐딱하게 올라갔다.
“말 그대로야. 그쪽도 내 능력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왔을 거 아냐.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살이 닿으면 닿는 대로 기억이 읽히는 거 아닌가.”
“맞아.”
“접촉 면적이 넓을수록 기억을 더 많이 읽을 수 있고. 내가 알고 있는 건 이건데. 틀렸어?”
“당신 말이 맞아.”
그럼 이딴 조건은 필요 없잖아. 모건이 캐서린의 손가락 사이에 끼운 만년필을 뽑아 들고는 좀 전까지 말하던 조항 위로 두 줄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