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보답받지 못할 연정이라도 상관없었다.
고작 하룻밤의 소모적인 관계로라도 옆에 남을 수 있다면.
하지만 더 이상 그의 곁에 설 수 없는 이유가 생겨 버렸다.
“대표님, 우리 이제 그만 만나요.”
어머니를 죽게 만든 여자의 딸일 뿐이었다.
눈 닿는 곳에 두고, 망가져 가는 모습을 보고 싶은 장난감.
그런데 왜 자꾸 거스러미처럼 그녀가 신경 쓰이는 거지?
“장난감은 제 발로 움직이지 않아.”
오늘 밤, 너를.
내가 너를 가진다면, 난 과연 모든 걸 잊을 수 있을까?
내가 너를 처절하게 망가뜨린다면,
여자로 보이는 너를 가지고 버린다면.
네 어머니가 지은 죄를 네가 치른다면.
-본문 중에서-
“도망가고 싶어?”
지혁이 물었다. 무겁게 탁해진 목소리였다.
입술 주변은 타액으로 붉게 번들거려 외설적이라, 설아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 그의 입술에 멈췄다.
후회하진 않았지만, 무서웠다.
그와 나눈 키스가 무섭도록 황홀했다. 입 안으로 침범해 들어오는 그의 혀가 미칠 정도로 아찔해 설아는 이 모든 게 무서워졌다.
지혁이 대답 없는 설아를 보며 입매를 비틀더니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조금은 빈정대고 삐딱한 그 미소가 욕망으로 탁해진 시선과 잘 어울렸다.
“이제 늦었어. 나 너 못 보내.”
지혁이 얼굴의 각도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그녀의 허리를 감아 자신의 몸 쪽으로 잡아당겼다. 그리곤 벌어진 그 입술 틈을 파고들며 자신의 혀를 박아 밀어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