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순간 제인의 얼굴에서 감정이라고 부를 법한 모든 게 사라졌다.
“악연이라고 생각해, 너와 난.”
***
문이 닫히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난 무원은 제인에게 다가가 덥석 손을 붙잡았다.
“이렇게 뜨거운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앉아있는 겁니까.”
제인이 손을 빼내려 힘을 주었지만, 무원의 힘을 이기는 건 역부족이었다.
“차 상무님.”
제인은 무원을 밀어내려 손을 뻗었지만, 그마저도 붙잡히고 말았다.
허리를 굽히며 다가오는 무원의 얼굴에 놀란 제인이 고개를 숙였다.
“나도 곤란해.”
짙은 숨결이 마스크 위로 닿았다.
“네가 이럴 때마다 내가 얼마나 곤란했는지 넌 모르겠지.”
꼼짝할 수가 없었다. 낮게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에 몸이 묶인 듯했다.
이건 차무원 때문이 아니야. 감기 때문에 몸이 무거워서 그런 것일 뿐.
“차 상무님, 이거 놔주십시오.”
“제인아.”
이마를 뗀 무원이 그녀의 눈을 애원하듯 바라보았다.
“나 미치게 하지 마. 더 이상.”
‘나름대로 다정하게’ 다가갔지만, 서툴렀던 시절의 우리.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인연, ‘다정하게’ 오해는 풀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