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 키워드 : 판타지물, 서양풍, 게임물, 빙의, 오해/착각, 복수, 소유욕/독점욕/질투, 운명적사랑, 비밀연애, 조신남, 능력남, 다정남, 순정남, 카리스마남, 대형견남, 뇌섹녀, 능력녀, 사이다녀, 다정녀, 상처녀, 털털녀, 걸크러시, 성장물, 여주중심
게임 캐릭터에 빙의했다.
기왕 빙의한 거, 진엔딩을 보기 위해
주인공에게 온몸을 바쳐 헌신했지만……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배신감으로 치를 떠는 내 앞에 나타난 예상치 못한 인물.
바로 이 게임의 최종 보스인 흑기사 마이어 녹스!
“쥰 카렌티아. 내 원정대, 흑기사단에 합류해 주면 좋겠군.”
거절을 거절하는 그의 강요에 반강제적으로 흑기사단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래, 최종 보스가 주인공이 될 수도 있지 않겠어?
겸사겸사 날 버린 주인공에게도 한 방 먹이고.
하지만 일은 생각만큼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마이어는 자꾸 과잉보호를 하질 않나…… 게다가 이상한 소문까지!
“저 여자가 그 여자야? 각하께서 간택하셨다는 그 부단장?”
“각하의 애인이라던데…….”
잠깐만요! 최종 보스의 애인이라니, 오해입니다!
▶잠깐 맛보기
“대신 조건이 있어요.”
“조건?”
나는 잠시 숨을 골랐다.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쥰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살아가고 있다. 쥰의 인생을 강탈한 것이다.
나라고 해서 쥰이 되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쥰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서 쥰을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내가 쥰에 빙의한 이후 지금껏 계속해서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하나뿐이었다.
“쥰 카렌티아의 이름이……. 역사에 남게 해 주세요.”
지원형 마법사라는 이유로 후방에서 그림자처럼 존재하다 그대로 잊히지 않게. 지원형 마법사라고 지금껏 무시당한 쥰의 이름을 역사 속 위업의 탑에 깊숙이 새기는 것. 그것이 쥰의 몸을 빌리고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속죄이자 보답의 길이었다.
내 대답이 예상치 못한 것이었는지, 마이어의 한쪽 눈썹이 휘어 올라갔다.
“하, 하하하하하!”
그는 이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나직한 웃음이 천막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생각지도 못한 조건이로군. 자네가 그렇게 명예욕이 높은 줄은 미처 몰랐어.”
“…….”
마이어의 입장에선 내가 내 이름을 역사에 남게 해 달라 요구한 거니 그리 착각할 만도 했다.
사실을 정정할 수도 없고, 정정할 생각도 없다. 나는 가만히 앉아 그의 웃음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한참 후에 웃음을 그친 그는 입가에 흡족한 미소를 띤 채 답했다.
“좋아. 내 그대 이름을 역사서에 길이길이 남길 수 있도록 해 주지. 그대는 마왕을 무찌른 나의 부관으로서, 역사에 항시 기억될 것이다.”
마이어가 직접 그리 단언했으니, 나로서는 더 이상 거절할 이유가 없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번 생은 나에게 남은 유일한 기회였다. 그러니 고작 파비안에게 버림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이 기회를 쉽게 날릴 수는 없다.
‘기필코 끝까지 살아남아 평화로워진 세계에서 영웅으로 대접받으며 호의호식할 거야.’
그래. 개도 2회차가 되면 주인이 바뀌는 법이다. 파비안의 개도 되어 봤는데, 흑기사의 개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마음을 단단히 다잡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흑기사단에 합류하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