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을 보는 여인, 하연. 영월에서 사고를 당해 조난된 그녀의 머릿속으로 흘러들어 온 것은 그림자 무녀 단과 숙부에게 상좌를 빼앗긴 소년 왕, 서로 만나서는 안 되노라 운명 지어졌던 두 사람의 닿지 못한 단심(丹心)이었다.
“단아. 이 밤이 지나고…… 이번 생의 끝을 지새운 후에, 다음번 생의 시에는 반드시 서로를 연모하고저 하느니 그를…… 약조해 주겠느냐.”
‘다음 생애에선 반드시 보통의 여인으로 태어나겠습니다. 그 어느 혼도 귀도 받지 않고 하늘을 잇는 그 무엇도 가까이하지 않는 그런 평범한 여인네가 되겠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나겠습니다. 그리하여 다시 전하를 연모하겠습니다. 이 밤이 다 가도록.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사모하고, 그리워하겠습니다.’
야사에조차 기록되지 않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소년 왕과 허수아비 무녀의 가슴 사무친 사랑 노래 단심가(丹心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