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주색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일삼는다던 태자의 헐벗은 몸은 군살 하나 없이 탄탄했다.
기녀가 되기 싫어 죽은 오라버니의 이름으로 태자의 호위가 된 단이겸의 얼굴은 사내라기엔 너무 고왔다.
바닥에 부딪히는 통증 대신, 단단한 뭔가에 허리가 감기고 포근함이 느껴졌다.
“!”
넘어지려는 순간, 태자에게 안긴 것이다.
“너무 취했나?”
태자는 빙글빙글 웃으면서 단이겸의 얼굴을 이리저리 뜯어보았다.
“네가 계집처럼 보이니 말이다.”
이겸은 가슴이 쿵 하고 떨어지고 눈이 절로 휘둥그레졌다.
“한데, 너나 나나 사내한테는 관심 없지 않나?”
이겸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사내들끼리 이런 장난은 괜찮지?”
이겸이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태자가 그녀의 몸을 세워 서로의 얼굴을 바짝 마주했다.
코끝이 부딪칠 듯 말 듯한 거리에서 이겸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우리…… 같이 잘까?”
쿵.
놀란 그녀의 심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날뛰었다.
“사내끼리 같이 자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태자가 그녀의 몸을 안아 올려 그대로 침상에 던져 놓았다.
“전하!”
“어떠냐? 넓고 좋지? 어릴 때는 말이다. 내가 작아서 이 침상이 큰 줄 알았거든. 한데 아니더라. 어째 몸이 자랄수록 침상이 더 커지는 기분이야.”
공허한 듯한 말에 이겸은 잠깐 숙연해질 뻔했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해봤지. 본래 이 침상이 여럿이서 놀라고 만든 건가, 그런 용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