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 키워드 : 서양풍, 판타지물, 왕족/귀족, 동거, 권선징악, 복수, 재회물, 신분차이, 집착남, 오만남, 능력남, 다정남, 능력녀, 다정녀, 상처녀, 외유내강, 잔잔물, 이야기중심
사람들의 눈을 피해 안개 숲에 숨어 사는 마녀, 우슬라.
소박하지만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그녀의 앞에 어느 날,
정체불명의 침입자가 불쑥 나타났다.
‘대체 어떻게 찾아온 거지?’
우슬라는 버섯을 삼키기 직전인,
자신에게 적일 가능성이 다분한 남자를 복잡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모른 척 돌아서면 그는 서서히 죽어 갈 것이다.
반드시.
그대로 조용히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저기요, 그거 먹으면 죽어요.”
우슬라는 알지 못했다.
그게 얼마나 위험한 선택이었는지를.
▶잠깐 맛보기
헤데스가 한쪽 무릎을 굽혀 땅에 대고 우슬라를 향해 느긋하게 손을 뻗었다. 커다란 손이 다가오자 우슬라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여린 목덜미를 스치듯 지나친 헤데스의 손이 긴 머리카락에 붙은 나뭇잎을 떼어 냈다. 나뭇잎을 떼고도 그는 곧바로 물러서지 않았다.
지척에서 느껴지는 헤데스의 체온에 숨이 막혔다.
너무 가까워.
“그리나쉬의 가장 무거운 봉인으로도 제어가 안 돼서 난감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피가 차갑게 식었다.
“궁금해. 당신 옆에 있으면 이 지긋지긋한 광기가 잠잠해지는 이유가 뭔지. 도대체 정체가 뭘까, 그대는.”
다가온 헤데스가 우슬라의 가느다란 목을 엄지로 지그시 눌렀다. 뜨거운 몸과 달리, 황금색 눈에 서린 잔인한 냉혹함에 우슬라의 손이 잘게 떨렸다. 짙은 죽음의 공포가 숨통을 틀어막았다. 등 뒤는 딱딱한 벽이었다. 더 이상 물러설 공간도 없었다. 영원처럼 느껴지는 찰나가 느릿하게 흘렀다.
헤데스가 손을 떼고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참고 있던 숨을 토해 낸 우슬라가 헐떡이며 목을 매만졌다. 그의 손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가 화상이라도 입은 것처럼 지독하게 뜨거웠다.
“……나는 아무것도 몰라. 당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도 모르겠어.”
하얀 목은 단 한 번의 손짓으로도 쉽게 부러질 만큼 연약해 보였다. 헤데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 조그만 입술에서 흘러나온 말이 과연 진실일까, 거짓일까.
“나, 나가 줘.”
밤처럼 검은 머리카락이 하얀 이불 위에 동그랗게 고였다. 그 위로 희미하게 떨리는 목소리가 빗물처럼 떨어졌다. 더 추궁하면 또 정신을 잃겠군. 헤데스는 느긋하게 몸을 세웠다. 어차피 시간은 그의 편이었다.
‘저 여자만 있으면.’
사냥에 대한 기대감으로 날뛰는 본능을 억지로 짓누른 헤데스가 문을 열었다. 발끝을 좇는 그림자가 충실한 종처럼 그의 뒤를 따라 문 너머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