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나는 이 세계에 절망한 친구에게 살해당했다.
괜찮다고, 어떻게든 될 거라고, 내가 도와주겠다고, 다시 시작하자고.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친구는 결국 칼을 빼 들고 내 목을 쳤다.
“개자식.”
다시 눈을 떴을 땐 50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있었다.
내가 사랑하던 모든 것들은 사라졌고,
이젠 더 이상 세상을 살아갈 의욕도, 이유도 없어져 버렸다.
“이제 행복하게 살아도 됩니다.”
그런데 우연처럼 내 삶에 나타난 한 남자가 햇살처럼 부드러운 위로를 건넸다.
“사람은, 누구나 그래도 됩니다.”
다니엘 대공의 호의가 가득한 손길과 선량한 파란색 눈동자는 다정했다.
문득 계속 살고 싶어질 정도로.
그리고,
“안녕, 내 사랑.”
500년 전 나의 기사였던 알렉세이 볼로딘.
어찌 된 일인지 여전히 살아 있는 그가 내 앞에 나타났다.
“이번에야말로 같이 죽게 해 줘.”
고통에 찬 녹색 빛 눈과 목소리로, 알렉세이 경은 함께 죽기를 간절히 청했다.
나는 삶과 죽음,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 유리, 너라면 뭐라고 말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