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그녀였다.
물론 차 안에서는 뒷모습밖에 볼 수 없지만 지혁은 그녀가 어떤 모습이라도 알아볼 수 있다고 자신했고 늘 그렇듯 그가 옳았다.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후 정확하게 3년하고도 7개월 11일 4시간 만이었다. 하지만 다시 마주한 여자의 모습은 마치 그 시간을 뛰어넘은 듯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그때와 같은 머리 길이, 그녀가 즐겨 입던 스타일과 같은 옷가지들, 심지어 치마까지도 무릎이 보일 듯 말 듯 단정하게 내려와 있었다. 지금 여자의 이름을 부른다면 늘 그랬듯이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볼 거란 착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아니다. 여자의 곁에서 함께 걸음을 옮기는 남자의 존재가 현실을 알려주었다. 절대로 부정할 수 없는 잔인한 현실이란 놈을. 그렇기에 저기 저 자리에 내가 있어야 한다고. 여자의 미소는 내 것이라고 감히 우길 수 없다.
잠시 눈을 감은 지혁은 그녀가 자신과 함께 한 시간을 돌이켰다. 그 시간 동안 은영은 단 한 번도 그에게 기꺼운 미소를 던진 적이 없었다. 아니, 설사 그런 적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값싼 연극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지금의 지혁은 알고 있다.
하지만 고맙게도 지금의 그 또한 그때와는 달라져 있다. 지금의 지혁은 그녀에게 쉽게 상처받고 아파하던 그때의 최지혁이 아니다.
3일! 3일 후면…….
이제 3일 후면 윤은영도 그 사실을 알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