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그 침대에 기대 있는 널 보니 너란 여자, 어디에 필요한 존재인지 금방 알겠는걸. 어때? 어차피 그 놈과도 헤어지려 했다면서?”
“당신은 싫어요.”
“싫어? 하지만 내가 너에게 해주는 걸 생각하고 누워 있으면 없던 느낌도 생길 거야. 너란 여자는 그런 여자 아닌가? 적어도 나와 있을 때는 갖고 싶은 건 다 가질 수 있을 거라 약속하지. 단! 네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짓만 하지 않는다면. 난 내 여자를 다른 놈과 사이좋게 나눠 가질 만큼 아량이 넓지는 못해서 말이야.”
그의 비틀어진 입술이 무엇보다도 그의 심정을 잘 말해주고 있었다. 나도 너 같은 여자는 싫다고, 돈만 아는 너 같은 싸구려를 내 마음이 원하는 건 아니라고, 그러니 내 돈을 주는 대신 네 몸만 받겠다고...
물론 싫다고 말해야 했다. 하고많은 사람들 중 그 여자의 의붓아들이라니... 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녀의 입을 막은 건 일주일 전 병원에서 본 지수의 창백한 얼굴이었다. 의사의 말도 떠올랐다. 최소한 두 달 안에는 수술을 시켜야만 한다고... 머릿속에서 터질 듯이 떠오르는 생각들에 지윤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가슴이 어떤 말을 하더라도 지금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의 선택임을 머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의 그녀로선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몇 달 안에 지수를 수술시킬 만한 큰돈을 만들 수 없었다. 거기다 어느새 나타난 악마가 그녀의 귓가에서 달콤한 목소리로 속살대고 있었다. 어차피 저 남자 돈은 그 여자 돈도 되니까 받아도 된다고...지수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고...
“뭐든지?”
“다른 놈만 몰래 만나지 않는다면 뭐든지!”
그의 승리감에 가득 찬 눈동자를 보는 그녀의 가슴속에선 뜨거운 피가 멈출 줄 모르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걸 알려서 지금 눈앞에서 웃고 있는 이 남자의 미소를 더 크게 만들어 주고 싶진 않았다.
“좋아요. 참을 수 있어요.”
입에 대던 술잔을 거칠게 탁자에 내려놓은 그는 천천히 넥타이를 풀었다.
“좋아 거래 성립. 그럼 지금 이 순간부터 권리 행사를 하겠어. 설마 싫다고 하진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