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천년목의 그늘 아래 갇혀 살던 여자아이는 황위를 찬탈하고 황제가 되었다.
에펜릴이 카이른의 황제로 즉위하고 5년,
조약에 따라 율렌시아에서는 자국의 왕자를 보내온다.
왕자 하디드는 생각보다 앳되었고,
제 입장을 영리하게 파악했고,
불퉁한 얼굴로 다정한 말을 내뱉으며 귀를 붉혔다.
“폐하께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도통 매정한 법이 없구나, 너는.”
그리고 어느 날, 천년목에서 벗어난 대가에 고통받던 에펜릴을
우연히 마주한 하디드가 해방시켜주는데.
에펜릴은 어느새 하디드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
“매일 이 시각에 서재로 와. 그게 내가 원하는 거야.”
그는 너무 투명했다. 에펜릴은 그의 투명함에 자신의 흑심을 풀어넣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런 음험한 기분이 들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그는 정말로 보기 좋은 외모와 몸을 가지고 있었다.
아직은 앳된 기운이 남아 있었지만 조금 있으면 완전한 남자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데 관심이 없었다. 자신이 뭘 가지고 있는지, 뭘 할 수 있는지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에펜릴은 그런 그가 순진하다고 생각했다.
“폐하께서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착하네.”
에펜릴이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그 손길 아래에서 하디드의 얼굴이 풀어졌다.
정말로 그에게 나쁜 짓이라도 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