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끝을 향해 달려가는 기차.
은하에게 예정된 종착지는 죽음이었다.
그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이현재.”
“…….”
“그게 내 이름이라고.”
한때는 유망주였지만 대학 리그를 전전하고 있는 야구 선수, 이현재.
첫 만남부터 서로가 달갑지 않았던 두 사람은 같은 공간에서 다시 재회하게 된다.
어쩌면 첫사랑, 혹은 열병.
어느 순간 현재의 눈에 피어오른 욕망의 의미를 알아챈
은하는 그를 도발하며 키스한다.
“됐지, 네가 원하는 거.”
“내가 원하는 게 키스 따위가 아니라면 어떡할래.”
일탈,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던 하룻밤.
현재로 인해 은하의 경로는 틀어지고 마는데…….
*
상처받을 걸 알면서도 시작된 관계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었던 건 여자는 유일한 쉼터였다.
유일한 뜨거움이었고, 유일한 사랑이었다.
“어디 가지 마, 내 옆에만 있어.”
“또 제자리야. 더는 못 버티겠어. 더는…… 안 좋아하고 못 버티겠다고.”
“좋아해, 고은하.”
어쩌면 뻔한 고백. 또 어쩌면 이기적일 수 있는 고백.
내 사랑이 타오르는 만큼, 네 사랑도 타오르길 바라는 간절한 바람.
그런데 너는 왜…….
“꽤 즐거웠어. 마음보다는 몸이 좀 더 흥미로웠지만.”
감정 없는 은하의 고백에 현재의 온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그는 한낮의 파도처럼 부서지듯 애원했다.
“몸만 비비면 다야? 이런 관계면 된다고? 난 안 돼. 아니, 못 해. 눈만 마주쳐도 미칠 거 같은데…….”
젖은 숨결이 흐느끼듯 은하의 목덜미에 내려앉았다.
“……너는 어떻게 껍데기만 바랄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