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원은 안절부절못하며 불안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텔은 지저분했다. 핑크색 벽지는 오래되어 바래고 헤져 있었으며 좁은 방 안에 떡하니 들어차 있는 침대에서는 낡고 퀴퀴한 냄새가 났다. 어지럽게 방 안을 훑던 희원의 눈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한 쌍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 가라앉은 탁한 눈빛에 희원은 겁이 나 몸을 돌렸다. 당장 이곳을 나가야만 했다. 하지만 희원의 바람은 모텔 방의 문고리를 잡기도 전에 무산되었다. 유하가 희원의 소매를 잡아채 몸을 돌려세웠다. 희원의 커다래진 눈이 미처 사태를 인식하기도 전에 유하의 입술이 희원에게로 내려왔다. - 가문의 원수를 위해 여자 윤희원을 이용했지만 이내 그 여자를 잊지 못하고 사랑의 감정에 허덕이는 남자, 장유하. 그리고 그녀 윤희원이 감춘 비밀, 그 남자 장유하가 좇는 진실. 송여희의 로맨스 장편 소설 『순수의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