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달이 뜨는 세상. 그곳엔 네가 있었다. 카이. 난 너를 사랑하지 않아. 아니, 난 너를 사랑할 수 없어. 모든 것이 잘못되어 있었다. 내가 네게 거짓을 말했을 때부터, 너를 만났을 때부터, 내가 본디 살던 세계가 아닌 차원이 다른 이곳에 왔을 때부터. 그러니 난 널 사랑할 수 없어, 카이. 우린 살아가야 하는 세계가 다르니까. 짐의 기라(綺羅)는 오직 그대뿐이다. 그대가 짐을 끝도 없는 나락에 빠뜨려도 짐은 그대에게 손 하나 대지 못해. 네 앞에서만은 순한 양이 되고 싶은 짐의 마음을 그대는 정녕 받아줄 수 없는 걸까? 그렇다 하더라도 널 보내줄 수는 없다. 놓아주지 않아. 그대가 없는 시간은 짐에게 무의미하므로. 그대만이 짐의 유일무이한 연인이므로. 이정운의 로맨스 장편 소설 『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