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괌에서 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는 시아는 엄마를 만나기 위해 한국행을 결심한다.
마침 자신을 후원해주셨던 차 회장의 집에서 잠시 묵게 되면서, 예준을 만나게 된 시아.
그와 조금씩 사랑에 빠지지만, 그 과정이 마냥 쉽지만은 않은데.
***
“아침에 회의 있는데 큰일 났네.”
사이다 캔을 홀짝이던 그가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더 큰 일인 건 사이다를 들이켤수록 배가 더 불러온다는 것이다.
“야. 소화되는 게 아니라 배만 부르잖아.”
역시나 예준은 테이블 위에 두 팔을 올린 채, 멍하니 엎드려있는 시아에게 소리쳤다. 그녀는 짜증만 내는 그를 향해 입술을 삐쭉거리며 상체를 세워 그를 주시했다.
“손 줘봐요.”
“손? 싫어.”
예상했던 일인지 예준은 이유 불문하고 단칼에 거절했다.
덕분에 짜증과 분노가 뒤엉키면서 그를 주시하고 있던 시아의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것 같았다.
“뭘 째려봐. 예쁜 눈 안 하냐?”
“예쁜 눈은 무슨. 어떻게 우리 노아 오빠랑 친구가 됐어요? 이렇게 성격이 안 좋으면서?”
“뭐?”
“아. 아니다. 나한테만 이러는 건가? 내가 싫으니까? 맞죠? 그죠?”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시아는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며 그의 손을 자신의 쪽으로 잡아당겼다.
“만지는 거 싫어하는 거 아는데, 조금만 만질게요. 이렇게 하면 소화에 좋다고 그랬거든요.”
예준의 손을 잡은 시아가 은근한 힘을 주어 만지작거렸다.
처음 맞닿은 손길이 싫지는 않은지, 그는 조용히 기다리며 그녀를 쳐다봤다.
“우리 어머니가?”
시아의 고개가 가볍게 끄덕여졌다.
그는 역시나 하는 얼굴로 마사지하는 그녀의 손을 가만히 바라봤다.
“보육원에서 다 같이 김밥을 만들어 먹었는데, 너무 많이 먹었는지 체했었거든요. 그래서 엄마가 빨리 나으라고 손 마사지해줬어요. 그런데 나는 그게 너무 좋아서 거짓말했어요. 또 체한 것 같다고. 그럴 때마다 엄마가 또 손 만져줬어요. 웃기죠?”
“아니. 별로.”
“난 웃기는데.”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그녀는 배시시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