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이기린 지음
꼬맹이, 넌 순진한 얼굴을 가진 마녀야!
거대 화장품 회사의 유일한 상속자이지만, 번잡한 사생활로 인해 집에서 쫓겨난 태준. 아버지가 출장 간 틈을 타 몰래 집으로 들어온 그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웬 여자가 뒷마당의 수영장에서 속옷 차림으로 수영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뒤이어 겁먹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 하랑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 태준은 다시 한 번 경악하고 만다. 자신에게는 물건까지 집어던지며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가 고아인 그녀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입양을 하기로 했다는 것! 그런 아버지의 이중적인 모습에 화가 치미는 것도 잠시, 이내 태준은 달빛 아래 뽀얗게 빛나는 하랑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데….
▶ 잠깐 맛보기
“네가 내 동생이 된다고? 누구 맘대로?”
슈트 차림에 두 다리를 양쪽으로 적당히 벌린 채 팔짱을 낀 태준은 잡지에서 막 빠져나온 것 같은 근사한 남자였다. 부드러운 미소 대신 미간에 굵은 주름이 사납게 잡혀 있는 것만 빼면 말이다.
“관식 아저씨가…… 헉!”
그는 하랑이 움켜쥐고 있는 쿠션을 낚아채 반대편으로 아무렇게나 던져 버렸다.
“웃기지 말라고 해. 넌 절대로 내 동생이 될 수 없어.”
“왜, 왜죠? 왜요?”
하랑은 두 손을 들어 자신의 몸을 끌어안았다. 그의 냉담하고 거친 말투 때문에 겁이 나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너같이 예쁜 여자는 만지고 싶고, 입 맞추고 싶고, 같이 자고 싶지, 머리나 쓰다듬어 주는 것으로는 절대로 끝낼 수 없으니까.”
태준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의 몸을 훑어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