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죽은 거…… 아냐?”
여느 때와 다름없는 어느 한겨울.
인적 드문 두멧골에 숨어 살던 이의 집 앞에 낯선 남자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기나긴 밤 동안 펑펑 내렸던 눈을 흠뻑 맞고 마치 커다란 쓰레기처럼.
“아파…….”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자는 집 주인여자에게 분리수거 당하기 직전,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극적으로 알렸고 다행히 어찌어찌 구조되어
가엾고 끔찍한 인간 동태 신세를 면한다.
“그나저나 이름을 못 들었는데, 이름은 뭔가?”
“문산이라고… 합니다.”
누구에게도 쉬이 밝힐 수 없는 비참한 과거와 서글픈 상처를 지닌 남자, 문산.
“그래. 참, 이쪽은 집주인 동주. 나이가 많긴 한데 그냥 편하게 부름세.”
마찬가지로 차마 어디에도 알려져선 안 될 과거와 상처를 뒤집어쓴 여자, 장동주.
다른 듯 닮았고, 닮은 듯 다른 비밀을 움켜쥔 채 살아가던
두 사람의 만남은 각자의 인생에서 뜻밖에 전환점이 되고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서로에게 스며들기 시작한다.
소리 없이 시작되는 부드럽고 여린 봄처럼.